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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Proclass(코튼랩) 반 년 근무 후기

by 달B 2024. 2. 20.

지난 포스팅에는 'Goondiwindi'에서의 반년의 생활을 다뤘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적어보겠다.

 

1. 코튼랩이 무엇인가?

 우리가 아는 면, 즉 목화를 '코튼'이라고 부른다. '코튼진'은 수확한 코튼을 제품으로써 첫 가공처리 하는 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호주 여러 지역 내에 크고 작은 코튼진이 있고, 대표적으로는 'Namoi', 'Olam' 등의 코튼진 회사가 있다. 그리고, 그 코튼진에서 전처리가 끝난 코튼들은 품질에 따라 그 등급이 나눠지게 되는데, 이때, 코튼진으로부터 코튼 샘플을 전달받아 품질 테스트를 해주는 회사가 바로 '코튼랩'이다. 고로, '코튼랩'에서는 코튼진으로부터 코튼 샘플들을 받아 'HVI'라는 기계를 통해 계속 테스트하여 데이터를 만들고, 매니저 2명이 그 데이터를 가지고 테스트 결과를 만든다. 이때, 이 'HVI' 기계에 일일이 코튼 샘플을 매뉴얼에 따라 수동으로 테스트해야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코튼랩에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있던 'Goondiwindi'는 깡 시골인 데다가, 12시간 쉬프트, 야간근무라는 조건이 겹치면서, 여기서 일하려는 현지인 인력이 당연히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일한 이 코튼랩에서는 '아그리레이버'라는 '외노자 인력사무소' 회사와 계약을 맺어 일꾼들을 충당하고 있었다. 나도 이 '아그리레이버'를 통해 들어갔다. (관심 있으면 아래 참조.)

 

 

2. 코튼랩에서 어떤 일을 했나? (안 궁금하면 패스.)

 우선, 나는 야간근무조였다. 야간근무조는 총 여자 9명, 남자 3명이 일했다. 우리의 주요 업무는 'HVI 기계를 이용해 코튼 샘플을 테스트하기', '코튼진으로부터 온 코튼롤을 받아 샘플로 만들기', '테스트 후 샘플을 후처리 하여 보관하기', '매니저들이 있는 방에 코튼 샘플들 재배열해 놓기' 등이었다. 그중, 여자 6명은 'HVI' 기계를 이용하여 수많은 코튼 샘플을 테스트하는 일을 하는데, 평균적으로 시간당 90개 이상의 샘플을 테스트해야 했다. 매일 화이트보드에 그 전날 테스트한 평균 샘플 개수가 적혀있었고, 90개를 못 넘기면 바로 경고가 들어왔고, 실제로 90개 못 넘겨서 해고당한 친구도 있었다.

 기계 앞에 서서 12시간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하고, 목표 달성 치를 못 채우면 결국 해고되기 때문에 압박감이 있었다. 여자직원들만 6명이 HVI 기계를 돌아가면서 다뤘고, 나머지 여자 3명은 돌아가면서 창고에서 남자들과 같이 일을 했다. 그리고, 남자 3명은 고정적으로 뒤편에 있는 창고에서만 일을 하고, HVI 기계는 만지지 않았다. 창고에서는 코튼 샘플 준비하는 일, 테스트 후 코튼을 처리하는 일 등을 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곳이 창고이고, 내가 누워있는 저 이상한 동글동글한 게 '코튼롤'이다. 코튼진으로부터 '코튼롤'을 전달받아서 샘플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Proclass(코튼랩) 안의 '백쉐드(창고)'. 쉬는시간에 저러고 쉬었음.

 

3. 장점 및 단점

 장점은, 코튼 시즌이 가을~겨울에 걸쳐 6개월 정도로 길기 때문에, 한 곳에서 오래 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야간근무라서 야간수당에, 초과수당까지 받을 수 있었다. 야외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았다. 코튼진에 비해 먼지도 '그나마'지만, 덜 날리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과일 농장에 비해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다. 야간근무 기준으로, 한 주에 세금 떼고 나서도 1500불 (한화 130~140만 원) 정도 벌었다. (물론, 코튼진 가면 훨씬 쉬프트를 안정적으로 보장해 준다.)

 단점은 좀 많았다. 불공평한 작업량, 대우, 불안정한 쉬프트, 성범죄 위험 등. 야간 매니저들은 정직원이 아니다 보니, 크게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고, 야간근무에게 작업량을 몰빵 해서 힘이 들었다. 오죽하면 주간근무조 애들이 할 일 없다면서 인스타에 '아 너무 심심하다. 할 게 없다.'라고 포스팅을 올렸고, 그 포스팅 보고 야간근무조 애들 난리 났었던 적도 있다.

 또, 야간근무조 매니저(슈퍼바이저) 2명도 별로였다. 낮에 출근하는 사장님에게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전달도 해주지 않았고, 상당히 무례했다. (매니저 1명은 여자들에겐 성추행, 남자들한테는 경멸하는 태도 대박..). 또, 페이가 적게 들어온 적도 있어서 다시 직접 계산해서 달라고 한 적도 있고, 말했듯이 대만 여자애 1명은 성추행 사건으로 그만뒀다. (결국 여자애가 그만두기 전날 다 말하고 나가서, 그 인간은 해고당함. 천만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주말근무 쉬프트, 12시간 근무도 보장해주지 않아서 예상보다 돈을 훨씬 못 벌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적고 보니 정말 주옥같은 곳이구나... 나 어떻게 버텼니 정말...?

굳이 다시 저기서 일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저기서 번 돈으로 여행도 하고, 한국도 다녀오고, 다음 일 구할 때까지 버티느라 요긴하게 잘 썼다. 한마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동기를 증폭시켜 주는 회사였다.

 그나저나, 사진 올리려고 찾아보니 온통 누워있는 사진.. 코튼백 위에 눕고, 코튼롤 위에 눕고, 식탁에 눕고.. 힘들었던 야간근무를 고증해 주는 사진들.

야간근무 쉬는시간, 코튼백에 누워있는 나.

 

4. '굳이' 가고 싶다면, Proclass에 어떻게 들어갔나?

https://www.agrilabour.com.au/

 

Agri Labour Australia - Agricultural Recruitment

Agri Labour Australia provides specialist recruitment and workforce optimisation solutions exclusively for the agriculture industry. Family-owned.

www.agrilabour.com.au

 호주 워킹홀리데이 온 사람들은 다 아는 그 사이트, '아그리레이버'를 통해 지원했다. 한마디로 '인력사무소'다. 뭐 좋게 포장할 필요 없이 '인력사무소'가 맞다. 내 컨트랙터 이름은 'Brad'라고, 대만사람이었다. 이 아저씨도 요즘은 '호주에 백패커스가 넘친다'는 이유로 사람을 쉽게 해고하고, 경력자 위주로만 채용하는 경향이 있긴 한 것 같다. 이 아저씨만 그런 것은 아니라, 호주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그렇다. 일손이 귀하다는 것도 옛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5. 아그리레이버와 일해본 후기 + 잠깐 일한 그레인 후기

  이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인데, 아그리레이버 회사는 피고용인에 대한 평점 비슷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점수가 좋다면 (주로 근태), 일을 중간에 많이 끊기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워킹홀리데이 온 사람들에게 '한 곳에서 우직하게 오래 열심히 일할 것'을 너무 기대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그래서 돈 벌러 온 동양인, 주로 대만이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많이 일을 하고, 말 그대로 '워킹+홀리데이'를 중요시하는 서양인 수는 아그리레이버에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아무튼, 이 코튼랩 이후로도 이 아저씨 소개로 그레인잡(쌀)도 하러 갔었다. 그런데, 위생수칙을 너무 심하게 안 지키는 곳에 가는 바람에 나를 포함해서 몇 명이 이유 없는 고열에 시달리고 기관지 통증으로 고생을 했다. 알고 보니, 먼지가 날리는 현장이니만큼 트럭으로 물을 뿌려줘야 하는데, 아예 그 트럭 자체가 없었다. (나는 이런 사실도 모르고, 그레인이 원래 다 그런 줄 알았다. 결국 다른 곳에서 일해본 친구가 말해줘서, 이곳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결국 2주 동안 4번 일 나가고 그만뒀다. 2주 동안 비도 많이 와서 일을 4번밖에 못 나갔음에도, 몸에 열이 안 떨어지고 너무 아파서 고생했다. 그만둔다고 전화했을 때, 이 '브래드' 아저씨 반응이 좀 짜증 났다. 아파서 그만두는 거 알면서도 '한번 중간에 그만뒀으니까, 앞으로 너한테는 일을 안 주겠다.'라고 함... 'What the....?'

 

 

사실 좋았던 얘기, 아름다운 얘기, 돈 많이 번 얘기만 쓰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면 거짓 말뿐일 것 같아서 그냥 다 적었다.

적지 못한 얘기도 많다. 기계 다루다 손가락 다친 애, 무릎관절 아픈 애, 여기저기 다 아픈 애, 중간에 수술하러 나간 애(이 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등등 별별 경우를 다 봤다. 그래도 나는 건강하게 일하다 나와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야간 근무는 안 할 생각이다. 후.. 인생경험 다양하게 했다 정말.. 

 

오늘은 여기까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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