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2년째. 특히, 시골에서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체감상 그보다 훨씬 오래 머무른 기분이다. 오늘은 왠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우선, 막막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온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 호주와 달리, 한국에서는 경력이 끊기는 게 취직하는데 치명 타니까.
두 번째로, 단일 민족이 붐비며 서로 비교하고 눈치 보는 빌딩 숲 속의 삶으로 도저히 돌아갈 자신이 없다. 이런 환경 때문에 경쟁력 있는 인재와 재화도 많다는 것은 백 프로 인정. 그렇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청년 자살에 출산율에 정치권 부패에, 성별 갈라치기에,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 무엇을 해도 '나는 부족해'라는 느낌에 좌절하는 사람들. 물론, 나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소셜미디어도 잘 안 하고, 저런 이슈가 있다는 것만 대강 알 뿐,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정확히는,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내가 이 사회의 온전한 일원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정말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때부터, 그냥 '잘못된 곳에 있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엄마한테 '나 외국으로 학교 보내줘.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제발 보내줘. 혼자 가고 싶어. 엄마는 안 와도 돼.'라고 졸랐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엄마도 보내주고 싶어서 알아봤다고 한다. '이 애는 외국에 나가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하셨었다고.
물론, 가정형편이 그렇게까지 넉넉지 않아서, 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마쳤다. 그리고 남들처럼 사회의 일원으로 소속되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이 같은 문화권에 살면 공통적으로 가지는 그 '공감 포인트'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자연스럽게 공감이 되지 않았고, 항상 가시방석에 앉아서 사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항상 스스로가 잘못된 것 같아 불안해하던 나의 어린 시절, '나이기도 한 그 아이'를 위해서 외국에 더 오래 살기로 결심했다. 그래. 아마도 나는 한국에서 도태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그렇게 치자.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돌, 연예인, 드라마, 음식, 시사와 이슈들을, 그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 좋아하려고 애쓰는 것도 지겹다. 차라리 별난 사람으로 살자.
이쯤에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외국 가서 살고 싶다니까, "야, 사람 사는데 다 똑같다. 외국이라고 뭐 다를 것 같냐?"라는 말을 단체로 약속이라도 한 듯 'Ctrl C+ Ctrl V' 했다.
이제 해외생활 2년 차, 좋은 것, 나쁜 것 다 보고, 고생도 나름 해본 내가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공격적으로 썼지만 솔직한 내 마음은 이렇다.
" 네. 'John나' 다릅니다. 달라요. 저한테는 달라요. 그러니까 제발 각자 좋아하는데 살겠다는데 신경 끄고 본인 삶을 행복하게 사는데 더 신경 써주쇼.. 부디 행복하게 사시고, 행복한 삶을 누림으로 의식이 성장하여 다른 존재가 행복하기 위해 어떤 삶을 택하든 존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시길 바라오.. "
어릴 때부터 '넌 이상해, 특이해, 사차원이야. '라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 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그런 말을 안 들을 수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니, 안 특이한 사람도 있나 이 세상에? 얼굴만 봐도 다 고유하게 다 다르게 생겼는데 말이다. 특이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릴 때도 있었고, 욕으로 들릴 때도 있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라는 뜻으로 들려 행복했던 적도 있고, 반대로 '튀어나온 못이 정 맞는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사람들에게는 화도 나고 마음이 아팠다.
그런 내가, 이제는 그다지 특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나의 주파수와 맞는 장소에 있다는 증거인 것 같다. 스스로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자연스럽게, 자의식 과잉 없이도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다. 그래서 호주에 있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 그래서 앞으로 몇 년 내에 해외에 정착할 계획이다.
이미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았고, 건물 없는 핑크빛 하늘을 보았고, 여러 색깔의 사람들과 함께 살며 울고 웃어보았다. 맨발로 슈퍼에 온 사람들을 봐도 아무렇지 않아 졌고, 밤이면 진짜 밤인 것처럼 사방이 고요하고 어둡다. 동물들조차도 경계심이 없고 편안해 보인다. 이걸 모두 본 내가 대체 어떻게 그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 참, 그렇다고 해외 온 뒤로 미친듯이 행복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매일매일 평온하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에 가깝다. 휴대폰을 덜 보게 되고, 스스로에게 더 민감해지고, 자연과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결론
: "평온하고, 자연스럽게 살자. 한 때 '나였던' 그 어린아이를 위해, 그 아이와 함께 살아가자. 그게 어디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