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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호주 워킹홀리데이 포화 상태 + 호주는 '일하기 좋은' 나라?

by 달B 2024. 2. 24.

1. 코로나 기간 동안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 '코비드 비자'로 5년 체류 가능.

 가장 부러운 케이스. 물론, 고국에도 가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도 알고, 동양인은 인종차별을 많이 겪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덕분에 무료 '코비드 비자'로써, 최대 3년간 체류할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비자에 2년을 더해, 총 5년째 호주에 체류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또 인력난 때문에 사람이 귀해진 호주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쉬웠다고 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워낙 워홀러들이 없어 일자리는 많고 집은 저렴한 데다 무료로 주어지는 코비드 비자의 혜택을 모두 받은 사람들이 부러울 따름.

 

2. 코로나 이후, 2021년 말 ~ 2023년 상반기 - 워킹 홀리데이 포화 직전.

그리고, 2021년 말부터 다시 호주로 유입되는 워킹홀리데이 인력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다만, 2023년 상반기 까지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셰어하우스를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래도 이 시기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게 '서서히 어려워지는 듯' 했지만, 여전히 지원하고 기다리면 연락이 오는 곳이 많았다.

 

3. 2023년 하반기 ~ 2024년 현재 - 워킹홀리데이 포화 상태. 일자리 구하기 '헬'.

 

 2024년 현재, 워홀러들이 미친 듯이 유입되어 포화상태다. 호주가 농, 공장 지역에 인력이 부족한 나라인 것도 여전히 맞지만, 호주 정부가 대책 없이 워홀러들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다. 워홀러들이 머무를 집이 없어 노숙을 하든, 비싼 물가에 시달리든 그건 그들 사정이고, 우선 일자리 충원과 비자 팔이를 위해 대책 없이 많은 사람들을 받아버렸다. 결국, 일자리 수요에 비해 초과공급이 발생했다. 어느 정도냐면, 지금 단체톡에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200군데는 기본으로 지원해야 해요.', '한 번 지원하고 기다리면 확률 없으니, 계속 담당자 괴롭혀야 해요.', '또, 이러저러한 자격증도 있어야 그나마 뽑아줘요.' (그리고 그 자격증도 두어 개 따면 몇십만 원은 기본.) > 

 나의 경우에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뉴이어 시즌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구직했으나, 일을 구할 수 없었다. 1월 중순에 되어서야 겨우 일을 구했다. 그러나, 약속한 것과 달리 일 시작도 느렸고, 무엇보다 '5~6주 근무할 수 있다'더니 10일 만에 일이 더 이상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현재도 3주짜리 시즌 잡을 하고 있고, 이력서를 주말마다 50건 가까이 온라인 지원하는데, 거절 이메일이 대부분인 데다가 그마저도 2~3주 뒤에 오니 답답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주로 큰 회사들은 경력직 위주로 뽑는데, 이번 연도를 보니 그것마저도 아닌 것 같다. 작년에 코튼진에서 일했던 친구들이 같은 회사, 같은 포지션으로 지원했는데도 이번 연도에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경력 없는 사람들은 더욱더 들어가기 어렵고, 경력과 함께 각종 자격증이 있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지원한지 '2달만에' 받은 채용거절 이메일

 

4. '일하기 좋은 나라 호주?'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한국에 비해서 시급이 높은 건 사실이다. 꼭 필요한 생필품 가격도 물가가 잘 잡혀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우리가 기본 빵과 물만 먹고사는 게 아닐뿐더러, 호주 물가는 높다. 또, 공산품은 더 비싸고 품질도 낮다. 일자리를 봤을 때, 확실히 호주는 중하위권 계층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일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곳이다. 그렇기에, '생존게임' 측면에 있어서 아주 난이도가 쉬운 나라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노동해서 부자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며, 꼭 '일하기 좋은 나라'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호주가 아무리 시급이 높다고 해도, 현재 한화 환율과 생활물가를 고려했을 때, 그렇게까지 '넉넉하게' 살 수 있는 느낌은 아니다. 즉, 호주에서도 최저시급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최저 임금을 뜻하는 단어이지, 풍족하게 먹고살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그리고, 전적으로 어떤 회사, 어떤 사람들과 일하느냐에 따라 '일하기 좋은 나라'라고 느낄지, 아닐지가 달라진다. 게다가, 요즘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가진 사람들을 고용하지 않는 업체가 생겨나고 있고, 고용하더라도 쉽게 해고한다. 또, 쉬는 시간을 은근슬쩍 주지 않는다거나, 급여를 틀리게 계산한다거나, 밀리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인력 회사는 농장주로부터 받은 노동자 임금을 바로 노동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은행에 최대한 오래 예치한 다음 이자를 받기 위해 가끔씩 노동자에게 급여를 늦게 준다(특히 아시안 인력). 또, 일할 사람이 많아져서 사람 귀한지 모르는지, 편하게 일하는 꼴을 못 보고 사람을 쪼아댄다. 특히 아시안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더 심하다. 동양인 특유의 윗사람에게는 굽신거리고, 피고용인들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그 문화가 호주에도 있다.  (물론, 오지 업체라고 안 그런 것도 아니고, 아시안과 일한다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그대로 기술했을 뿐임. 동양인들이 일처리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은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주인 밑에서 일할 때에 훨씬 마음이 편했음).

 

5. 결론 및 호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 '운'. (농담 아니라 진짜)

 

 내가 워킹홀리데이만 경험해 봤지, 여기서 영주권자자 풀타임 근로자는 아니니, 호주 일 문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할 수는 없다. 다만, 워킹홀리데이 와서 직접 겪은 바로는, 한국에서 들었던 것만큼 좋지는 않다는 걸 말하고 싶다. 동양인이 윗사람으로 있는 곳은 사람 쪼는 문화가 여전히 있다. (예를 들어, '화장실은 쉬는 시간에만 가라. 금지다', '그렇게 할 거면 오늘 출근 왜 했냐?', '핸드폰 보지 마라' 등). 꼭 동양인 회사뿐만이 아니다. 성희롱, 성추행 사건도 봤고, 모욕적인 언행으로 무시하는 사람들도 봤다. 그래서, 나는 호주가 과연 '노동자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면, 아주 큰 회사들에 한해 그런 말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부터는 나도 호주의 선진 문화를 느끼며 일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느낀 것은, '운'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호주에 있을 때 더 많이 느낀다. 다 비슷한 외국인 노동자 처지에서, 좋은 사람과 좋은 집, 좋은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노력보다도 '운'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걸 정말 여러 번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운이 좋아지는 방법은, 좋은 운이 찾아올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행운'이라면, 어떤 사람에게 가고 싶을까?'를 상상해 보니, 대략 감이 잡힌다. 그 상상 속의 사람이 되자.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몸과 마음을 계속 정화하자. 또,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되, 너무 욕심내어 '아득바득'하지 말자. 들려오는 모든 부정적 소식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외다'라고 믿으며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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