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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Young' ('영') 자두 팩킹 후기

by 달B 2024. 2. 27.

1. 자두 패킹 컨택, 멜버른에서 '영'으로 지역이동

 Seek.com에서 여기저기 지원하고 기다리다가, 그중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 회사 사장은 중국계 말레이시아 사람이고, 내게 연락한 건 그 아래 한국인 컨트랙터였다. 문자와 전화통화로 대략적인 근무 조건을 전달받았다. 이 회사 자체가 농장 경영주는 아니고, 한마디로 인력사무소 같은 곳이다. 여러 지역의 호주 농장주와 외국인 노동자 사이를 이어주는 중재 겸, 슈퍼바이저 역할을 하는 회사이다. 자두 패킹 컨택은 이렇게 비교적 간단히 이루어졌다. 연락받은 당시, 1달 반이나 구직을 했음에도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던 상황이기에 사막에 오아시스 보듯 반가웠다.

 일하기로 확답을 한 뒤, 페이스북과 검트리를 쥐 잡듯 뒤져서 셰어하우스를 구하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2~3일 만에 구할 수 있었다. 컨트랙터와 처음 연락한 것은 1월 초였고, 컨트랙터로부터, '일찍 올 필요 없고, 1월 14일까지만 도착하면 된다'라고 전달받았기에 1월 14일에 맞춰 이동했다. 멜버른에서 NSW주 'Young'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차로 8시간 걸렸다. 그렇게 1월 14일에 맞춰 'Young'에 무사히 도착했다. 도착해서 대청소하고, 짐 풀고, 장 보고, 냉장고를 채웠다. 그렇게, 다음 날 출근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약속한 것과 달리, 첫 근무 날짜는 1주일이 밀렸고, 별다른 할 일 없이 새로운 시골마을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Sweet Plum' 이라는 품종, ♥ 모양 자두.

 

2. 자두 패킹 공장 페이 및 근무 조건

 

컨트랙터에게 처음에 전달받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하시게 될 일은 과일을 분류하는 '솔팅'입니다. 1월 15일경에 시작해서 5~6주 정도 일하게 됩니다. 아침 7시에 시작해서 2~3시 정도에 끝나는데 보통 7~9시간 일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시즌이 5~6주로 짧기 때문에 주말에 쉬는 날 없이 주 7일 근무하셔야 합니다.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하니 1월 15일까지는 'Young'에서 대기해 주세요. 그리고, 페이슬립(비자) 또는 캐시잡 중에 선택 가능한데, 캐시잡으로 일하면 시간당 27$, 페이슬립은 거기서 15% 세금 떼이고 대략 24$정도 받게 됩니다."

 

 공장 내부는 작은 라인이 6개 정도 있고, 기계가 시끄럽고 계속 같은 자세로 서서 있으려니 몸이 뻐근한 것 말고는 어렵지 않았다. 하루는, 남자들이 하는 포지션을 해봤는데, 오히려 그게 훨씬 쉬웠다. 10kg짜리 박스가 그리 무겁지 않을뿐더러, 옮기는 빈도도 1분에 박스 1~2개 정도밖에 안 되니 너무 편했다. 잡일 도와주는 것도 가만히 서있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또, 자두를 솔팅하다 보면 가끔 하트무늬 자두가 나오는데, 그게 너무 귀여워서 집에 싸들고 가기도 했다. (나중에는 호주 어머님이 하트모양 자두 한 박스를 선물로 주셨다ㅋㅋㅋ). 일은 어렵지 않고 그냥 지루했다. 라인에서 오는 자두 중, 금이 가거나 말랑말랑하거나 갈라진 과일을 골라내는 것뿐이었다. 가끔 빠른 라인은 좀 정신없기도 한데, 대체로 '시간 진짜 안 간다'는 느낌 빼고는 별 것 없었다.

 

 

자두 솔팅 과정

 

3. 그러나, 공지받은 것과 다른 실제 근무 조건

 

 그러나, 처음에 공지받은 것과 실제 근무 조건은 너무 달랐다. 

1. 시작날짜 1주일 밀림.

2. 4~5시간만 일하고 끝난 날 몇 번 있음.

3. 그래도 2번까지는 괜찮다. 근데 제일 어이없었던 건, 그렇게 8시간 운전해서 1주일 대기하고 시작한 일인데, 4~5주는 무슨, 10일 만에 끝났다. 응. 10일 일하고 나서, 이제 일이 없단다 'She bar'. 분명히 처음에 얘기할 때는, 패킹장 A와 B가 있는데, 2주는 A에서 일하고, 나머지 3~4주는 B에서 일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패킹장 A에서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일이 끝났고, 그것도 당일통보받았다. 컨트랙터에게 전화해 봤는데 자두가 많이 안 나서 시즌이 끝났단다. 그렇게 일찍 끝났을 때부터 뭔가 싸한 느낌이 들어서 바로 컨트랙터한테 연락해서 이렇게 물었다.

 "혹시, 패킹장 B로 이동하기까지 1주일 넘게 일이 없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나요? 지금 비가 이틀째 오는데, 수확량이 작으면 일이 없을까 봐요..." 그리고, 답변인즉슨,

 "자두는 블루베리랑 다르게 비에 영향을 덜 받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되고, 1주일까지는 절대 안 기다리셔도 되니까 걱정 마세요." 

 하지만, 내 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1주일 가까이 기다리고 다시 전화해 보니, 다음과 같이 말이 바뀌었다.

 "비가 와서 수확량이 적네요. 패킹장 B에도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원하시면 자두 '피킹' 넣어드리고, 그거 일단 하고 계시면 '아월리'(시간당 페이)로 바꿔드릴게요. 그러다가 혹시 패킹장 B에 자리 나면 바로 넣어드리고요."

 또다시 하지만, 1주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더니 2주가 되어도 일 소식은 없었다. 사정인 즉슨, 모든 패킹장도 다 일찍 끝났고, 피킹도 일이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갑자기 '체리나무 프루닝이라도 (가지치기) 하실래요? 가위는 100불 정도인데 직접 사셔야 하고, 시간당 26$입니다.'라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 인생에 있지도 않은 비싼 가위를 사재 껴서 싼 임금 받으며 나무를 신나게 자르는 중이다. 이 후기는 다음에ㅋㅋㅋ)

 

 아니, 사실은, 자두패킹 1주일 대기하는 동안, 호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무화과 패킹장에서도 연락받았는데 말이지.. 정말이지 거길 안 간 게 후회된다. 자두 패킹 10일 끝나고서 무화과 다시 연락했는데 '응 없어~ Bye' 랜다..

 2~3주만 일한다고 하면 아무도 안 올까 봐, 5~6주라고 뻥튀기한 것 같기도 하다. 바로 시작해서 주말 없이  5~6주 일한다며.. 1주일 대기시키고, 10번만 일 시킨 다음, '일 없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ㅋㅋㅋ 답답하다 정말. 안 그래도 이제 조만간 치과치료 때문에 한국 들어가 봐야 하는데, 그동안 크리스마스 뉴이어 시즌 때문에 일 못해서 지출도 많아서 비행기 표 사고 나니 남은 게 별로 없다. 호주 인생 위기다. 과연 '나 년'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너무나 기대된다. 오늘의 나, 내일의 나, 미래의 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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