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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나날, 이사, 나를 모르겠다

by 달B 2024. 10. 4.

올해 5월 이후로 글쓰기를 멈췄었다.
모든 걸 망쳐버려서 그걸 수습하느라, 어쩌면 거기서 허우적거리느라 겨를이 없었다.
어떤 일이 있었냐면, 대강 이렇다.
 
힘들게 일해서 모은 돈을 싹, 전부 다 날렸다.
소시오패스로 의심되는 인물에게 언어폭력, 신체적 위협을 받았고, 돈을 포기하고 도망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치통(치수염)이 시작되어 생애 겪어보지도 못 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치통을 안 겪어본 사람들은 이해 못 하겠지만, 이는 엄연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3대 고통에 들어간다. 어느 정도냐면, '며칠 이러다 말겠지' 하고 버티던 나는, 어느 순간 진통제가 듣지 않았고,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했으나, 그 날짜까지 극심한 통증 때문에 버틸 수 없어서 비행 편을 바꿨으며, 그 과정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기 전까지는 이틀 동안 잠을 못 자고 화장실에 밤새 앉아 가글을 하다가, 울다가를 반복했고, 결국 아침에 나를 화장실에서 발견한 친구들이 도와주는 바람에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또, 치과 리셉션 데스크에 일하던 직원분도 내가 아파서 대기하는 2시간 내내 우는 걸 보고, 나중에 본인도 울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얼마나 불쌍했으면...ㅋㅋ) 근데, 창피한 것도 모르고, 육체적 고통이 너무 커서 그냥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진짜, 짐승처럼 절규했다. 생애 태어나서 그렇게 아파본 건 처음이었다. 의사가 마취주사를 놓을 때는 몸에 비자발적 경련발작이 왔다.)
 
교통사고도 3번 있었고, 차가 여기저기 많이 상했다.
그 중 한번은 죽을 뻔 했다.
또, 인간관계도 너무 시끄러웠다.
하다못해 청소년들에게 인종차별로 위험한 적도 있다.
다 기억하지 못 할 정도의 사건들, ‘미친거 아니냐 이거’ 싶을 정도의 사건이 계속되자, 나는 점차 무감각해지기에 이르렀다. 시간만 나면 혼자 자연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무의식이 한번에 많이 정화되어야 해서 그렇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산책길 = 숨통


이런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들로 범벅이 되어, 예정에도 없던 한국행-호주행-한국행을 2주 만에 반복했다.
공항까지 가는 길, 국제선, 국내선, 시외버스, 택시... 를 미친 듯이 탔다.
그리고,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시골로 이사를 갔다.
 
2024년 5월부터 8월까지, 그 4달 동안, 몇 십 년에 겪을 나쁜 일이란 모든 나쁜 일은 다 모아서 겪는 것처럼 세게 겪었다.
육체적 고통, 금전적 고통, 정신적 고통 풀세트로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시골에서 잠시 쉬어가는 중이고, 지난 두어 달간,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을 보냈다. 명상하고, 책을 읽고, 산책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도 있고, 주변 여기저기 구경도 다니고, 도서관에도 자주 갔다. (그러다가 타로에 관심이 생겨 공부한 지 3일째.)
 
그리고, 금이 갔던 모든 마음을 재정비하는 시간도 보냈다. 아니, 보내고 있다. 여기까지가 그동안 있었던 일이고, 글을 쓰지 않고 있던 이유이다.
 
도무지 나를 모르겠다. 특히 이번 미친 기간을 통해 더욱 충격적으로 깨달았다. ‘나’ 라고 지칭하는 에고와 무의식에 대해 깜깜하고 무지하고 모른다는 것을...
(물론 언제는 알았겠냐만은,.. 적어도 그렇게 착각하고 살았다..)

무튼, 지난 6개월 간 너무나 많은 물리적, 정신적 변화와 고통을 견뎌내느라 스스로 감정을 소모해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사람과 마주하는게 너무 싫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게 싫다. 눈을 마주치는 게 힘들다. 특히, 위아래로 훑는 시선이 신경쓰이고, 내 외모를 평가하는 듯한 시선이 가장 힘들다. 내가 선택한 몸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는, 조금이라도 노출이 있는 운동복이나 붙는 옷, 색채가 들어간 옷을 입기 불편해졌다. 그래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무채색 위주로 입게 된다. 운동을 할 때에도 편한 운동복 대신, 몸을 확실히 가리는 쌀자루 같은 옷만 입게 된다.
 
심각하다. 인간으로 인식되는 것 자체가 싫다.
인지되는 순간, 자동으로 펼쳐지는 그 평가들이 버겁다. 그게 나를 짓누른다. 통제가 잘 안된다.
사람을 그렇게나 좋아하던 나인데, 이제는 사람이 너무나 두렵고 싫다. 
...
세상에 이런 모순이 있을까?
심리학 전공으로 시작해서 사람의 에너지와 마음에 관한 온갖 것들에 2012년부터 계속 조금씩 공부해 오고 관심을 갖던 나다. 크리스털, 교감, 정신질환, 레이키, 양자의학, 파동의학, 차크라, 주역, 천문학, 휴먼디자인, 바디워킹, 싱잉볼, 원격치유, 명상, 춤명상, 채널링, 무의식정화, 각종요가, 꿈수행, 호흡법, 타로 등에 꽂혀서 살았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그런 내가 사람이 두렵고 싫어도 되는 걸까? 이게 말이나 되나?
...
우선은 그런 마음을 그냥 느끼는 중이다. 모순이든 아니든, 감정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 난 사람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소통하고 교류하고 싶지 않다. 엮이고 싶지 않다. 혼자가 편하다.
아름다운 존재로써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지만, 그 고통과 욕망의 굴레 속에는 섞이고 싶지 않다. 
라이프 타로 9번, '은둔자'처럼, 나의 이상향을 추구하고 홀로 배우고 추구하며 외롭게 살아도 그게 좋은 거다.
 
또, 연애에 있어서도 그렇다.
스스로, "연애를 하던 습관이나 관계 중독 때문에, 혹은 상대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연애를 이어가나?" 하는 의심도 든다. 왜?
 
가슴에서 아무 느낌이 없고, 그냥 다 귀찮으니까 그렇다..
"당연히 사랑하지."인데, 근데 무엇인가 놓친 기분이 든다. 나는 이제 고장 난 걸까?
 
 
내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 
그런 이유로 최근 타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선, 모든 걸 놓고 고요히 머물러 평온하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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