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비자 승인이 나고, 신체검사까지 마쳤으면 워킹홀리데이의 큰 준비는 끝났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때부터가 더 바빴다. 비자신청과 신체검사 방법은 검색해서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할 것이 참 많았기 때문이다.
첫 목적지를 정하는 TIP : 구체적으로 한 곳을 정하되, 목적에 맞게!
먼저, 목적지는 구체적으로 한 곳을 정해야 한다. 왜? 호주는 나라라기보다는 거대한 대륙이다. 정말이지, 지역 간 이동이 쉽지 않다. 차로 며칠 동안 운전해야 하는 경우도 태반이고, 한 주에서 다른 주로 이동할 경우에는 보통 비행기를 타는 수준이니까. 또, 처음 워킹홀리데이를 오면 차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동이 한정되니까 잘 알아보고 시작하자. 또한, 호주의 도시에 대한 특색은 찾아보면 잘 나오지만, 처음 호주에 가는 분들은 지역별 특색을 읽어도 아리송하고 잘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내가 그랬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호주에 가보지 않은 분들에게 호주가 어떤 느낌인지 전체적으로 감을 잡도록 도와드리려고 한다. 또, 목적에 맞게 정해야 한다. 영어실력을 늘리고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면 도시에 체류하는 것을, 오로지 돈만 벌거나 비자부터 받고 싶다면 내륙지방으로 가서 농공장 일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1. 호주의 동쪽 해안가 = 메인랜드
먼저, 호주에는'코스트라인'이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을 아주 쉽게 말하면, '호주 알맹이는 동쪽 해안가에 다 몰려있다'는 것. 즉, 호주의 대도시와 인프라와 인구가 동쪽 해안가에 밀집한다. 선샤인코스트, 브리즈번, 시드니, 골드코스트, 캔버라, 멜버른은 전부 다 호주 동쪽 해안가를 따라 위에서 아래로 위치한다. 이 도시들은 그 규모와 날씨, 분위기에 특색이 다 다르다. 하지만, 이들 모두 다양성을 갖춘 문화와 인프라,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관광지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와 문화생활과 일자리 등등이 조화롭게 공존했다. 이렇게 호주의 동쪽 해안가 쪽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본 지역이 다 있다.
카페나 식당, 서비스직에서 종사하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거나 어학연수를 하고 싶다면 무조건 브리즈번, 시드니, 멜버른 추천. (단, 시골이 아니므로, 일하는 곳에서 세컨드비자를 주는지는 각자 확인해봐야 한다. 보통 도시에서 카페나 식당 일하면 비자는 못 받는다고 봐야 한다.) 다른 도시들도 다 동양인이 많지만, 특히 시드니는 거의 중화권이라고 느껴질 만큼 동양인들이 많다. 한인마트도 많고, 한인식당도 많은 데다가 한국 왕복하기 가장 편한 시드니공항도 있으니, 워킹홀리데이가 왠지 두렵거나 초보라면, 시드니가 가장 쉬운 선택이 되겠다.
선샤인코스트와 브리즈번은 좀 더 위쪽에 위치하는데, 이름답게 날씨가 따뜻하다. 브리즈번은 호주인들이 거주지로 가장 선호하는 곳이기도 한 만큼, 너무 관광지도 아니고 관공서도 아닌 조화로운 느낌이다.
골드코스트는 휴양지 느낌이 강해 놀기 좋다. 내가 아는 유럽인, 일본인 친구들은 그렇게 골드코스트를 좋아한다. 비싼 렌트비에도 불구하고 오래 머무르며 서핑하고, 맥주 마시고, 예쁜 카페에 다니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일자리는 시드니나 브리즈번에 비해 조금 적은 느낌이다.
캔버라는 호주의 수도이지만, 별로 크지 않고 약간 공무원들과 학생 많은 세종시 느낌이다. '이게 호주의 수도라고?' 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관광할만한 곳은 거의 없다. 대학생들이나 오피스직 근무자들이 많이 보인다.
멜버른은 호주 동남부 쪽에 위치한다. 시드니나 골드코스트와 날씨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날씨가 미친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에 사계절을 맛볼 수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다. 태풍이 치다가 찌는 더위였다가 추워지기도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멜버른 자체는 날씨 빼고는 시드니랑 비슷한 거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지만, 물가는 참 많이 비싸고 일자리는 구하기 어렵다는 게 함정...
2. 호주의 내륙지방 (동쪽 해안가 도시들로부터 차로 10시간 내외 거리의 지역들) = 나의 주 서식지.
호주는 내륙으로 가면 갈수록 시골이다. 호주의 중심, 한가운데에는 '울루루'라는 관광지가 있긴 한데, 그걸 제외하고는 전부 다 사막이고, 사람도 없다. 나도 아직 중심에는 가보지 못했다. 호주 현지인 말에 의하면, 간혹 차를 이용하여 이 울루루까지 로드트립을 떠나는 경우가 있는데, 강도의 위험도 있고 차에 문제가 생기면 답이 없으므로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추후에 '울루루'에는 단체투어를 예약해서 안전하게 다녀오려고 한다.
자, 이제 호주 중심부를 제외한 내륙지방에 대해 알아보자. 호주의 중심부와 해안가 사이에 있는 내륙부지는 광산, 태양열발전, 가축, 농사, 공업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해안가에 비하면 역시나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작은 마을이 듬성듬성 있다. 워킹홀리데이 하는 분들이 돈이나 비자를 목적으로 코튼(목화), 솔라팜(태양열), 마이닝(광산) 등의 일을 한다면, 이 내륙지방에 살게 될 것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내륙지방(인랜드라고 함)에 있는 여러 마을들은, 보통 그 마을만의 특색이 있다. 마을만의 역사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가끔씩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서 그대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또, 이상하게도 호주는 분명히 이민자의 나라인데도, 동양인들은 내륙지방에 잘 살지 않고, 백인들이 주로 거주한다. 그래서 길을 지나다니면 동양인=외부인이라고 쳐다보는 시선이 있다. 그리고, 땅이 넓어서 그런지, 집들과 가게들은 주로 다 단층건물이다. (근데, 전원주택이면 뭐 해.. 시골에는 집을 지을 재료 조달이 어려워서 그런지, 컨테이너집을 많이 짓더라..) 나는 이렇게 작은 마을들을 여러 군데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슈퍼마켓 하나도 제대로 없는 곳도 많고, 답답해서 싫어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당연하지.. 나도 한 번은 시골에 6개월 동안 쇼핑도 못하고 영화도 못 보고 사람도 못 만나고 식당도 못 가고 야간근무 12시간 하면서 돈만 버니까, 참 삶이 피폐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반년만에 시골 첫 탈출했을 때의 사실 나 울었다..?)
그러니, 만약 이 내륙지방에서 일할 생각이라면, 차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가게 될 마을 이름을 페이스북에 검색해서 커뮤니티에 가입하자. 페이스북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물론, 차를 수리하거나, 물건을 교환하거나, 마을의 대소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마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내륙지방은 인력난이 있어 물건 운송이나 인력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식료품가게가 작거나 없는 곳도 있다. 그러니, 온라인으로 일을 지원할 때 대충 어떤 마을인지 알아보고 가는 게 우선이고, 그렇게 해도 슈퍼마켓 없는 곳에 가게 된다면, 차를 타고 더 큰 마을로 가서 며칠에 한 번씩 한꺼번에 장 보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혹시 시골에서 일하게 되는 분들이 있다면, 집 구하고 나서 일 시작하기 전에 한인마트 들려서 장 미리 봐놓기 필수.
3. 서호주(퍼스)
서호주는 아주 멀다. 아예 새로 시작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시드니에서 차를 샀다면, 퍼스로 가서 일을 하기로 결심한 순간, 모든 것을 정리하고, 차를 팔고 비행기 타고 퍼스로 가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브리즈번, 시드니, 골드코스트, 캔버라, 멜버른 다 마찬가지다. 가끔 멜버른에서 시작해 남호주를 거쳐 서쪽으로 운전해서 도로여행 간다는 분들이 있는데, 차가 아주 튼튼하고, 일행이 있고, 중간중간 갈 주유소 알아보고, 차에서 잘 준비도 하고, 정비도 미리 하고, 모든 것을 미리 알아보고 철저히 준비하면 가능하겠지만, 나라면 안 할래). 퍼스는 그래도 워킹홀리데이 하는 분들이 꽤 있는 편이고, 사람들도 호주 본토(동쪽 해안가)랑 민심이 다르다고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더 친절하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퍼스 도심부를 벗어나면 인종차별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무래도 동쪽 본토보다는 백패커스나 숙소가 많지 않으므로 임시숙소 예약 했으면, 며칠 전부터 페이스북으로 내가 일할 곳 위치와 근처 숙소는 찾아보자. 그리고 교통비를 추가로 준비해서 가는 게 좋다. 잘 안 풀릴 경우에 다시 비행기 타고 본토로 나와야 하니까.
4. 태즈메이니아
태즈메이니아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처럼 호주 아래 있는 섬인데, 크기가 남한만하다. 돈을 많이 버는 일자리는 별로 없지만, 백팩커스들이 자연이 예쁘다는 소식을 듣고 태즈메이니아에 와서 일하는 것 반, 놀러 다니는 것 반으로 즐기다 간다. 태즈메이니아 대표적인 일자리로는 연어공장, 야채공장, 체리시즌 등이 있다. 오래 일할 거면 공장을 가야 하고, 체리는 시즌이 1달 정도로 짧은 편이다. 특히, 태즈메이니아는 겨울에 일자리가 별로 없다. 또, 호주 본토에서 태즈메이니아로 차를 가지고 넘어오려면 선박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차의 크기마다 다르긴 하지만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당연히 자주 왔다 갔다 하기는 부담스럽고, 숙소비도 대체로 더 비싼 편이다. 그래서 돈 버는 게 목적이라면 태즈메이니아에 오는 건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기타 사항으로는, 태즈메이니아의 겨울은 영하로 떨어지고 눈이 온다는 것과, 이곳은 본토에 비해 인력이 적어서 학생비자 거쳐서 영주권 준비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에 여기서 공부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이다.
5. 기타 지역 (호주 남부, 북부) = 거의 갈 일 없을 듯. 참고만.
워킹홀리데이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해안가라인, 내륙지방, 서호주에 많이 있다. 남호주나 북호주에는 많이 안 가는 것 같다. 일자리가 많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치안이 상대적으로 안 좋아서도 있다고. 호주 현지인 아저씨가 맨날 해주던 얘기 중 하나가 있는데, 북호주는 날씨가 덥고, 호주 원주민들이 북쪽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데, 이 원주민들이 분명 과거에 백인들로부터 막대한 피해를 받았기에 보상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세대의 원주민들은 호주 백인들의 세금으로 마약을 하고 일을 안 해서 사회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원주민이랑 결혼하게 되면, 일하지 않아도 매주 받는 생계유지비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할뿐더러, 최신 아이폰이나 생필품도 무료인 게 꽤 된다고 한다. 그래서 현세대의 원주민들은 세금만 낭비하는 마약중독자 범죄자들이 많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건 내가 만난 호주 아저씨 의견이므로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남호주에는 사실 1월 초에 포도 농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가볼까 했는데, 남호주에서도 내륙지방이라 너무 멀기도 하고, 가족기업인 것 같은데 소문도 좋지 않아서 가지 않았다.
개인적인 후기
이렇게 해안가부터 내륙지방, 서호주, 태즈메이니아, 기타 지역에 대해 내가 경험하거나 아는 것을 적어보았다.
나는 역마살이 미친 듯이 꼈는지, 워킹홀리데이 하는 친구들 중에서도 특히나 많이 돌아다닌 축에 속한다. 특히, 퀸즐랜드 주, 뉴사우스웨일주, 빅토리아주 내에 있는 크고 작은 도시들과 마을은 아주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느낀 건, 이것도 자기 자신의 성향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야 다 신기하고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성향에 맞춰서 지역이나 업종을 정해야 하겠다. 왜냐면, 워킹홀리데이는 다 시즌잡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동을 해야 하고, 생활하는 공간이 바뀌면서 오는 스트레스와 예측할 수 없는 다음 행선지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 이게 싫다면 처음부터 한 직종을 정해서 그것만 죽어라 파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 블루베리라면, 블루베리 작물만 따라서 이동하면 되므로 그 경로가 정해져 있기에 처음 빼고는 수월할 것이다. 아니면, 도시에서 세컨드비자를 주는 공장에 취직해서 그곳을 꾸준히 다니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유튜브에서 말하는 것처럼 돈만 보고 죽어라 그 루트만 돌 수도 있겠다. 반면, 나처럼 이것저것 궁금하고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동스트레스나 주거 스트레스나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것이 참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 시골에 가게 된다면, 일행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훨씬 좋다. 아무리 혼자 있는 것이 잘 맞더라도, 안전과 비용과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시골 갈 때는 사람들과 인맥을 잘 만들어두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