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도시에 도착해서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고, 돈을 벌거나 세컨드 비자를 준비하기 위해 시골로 이동한다.
하지만, 난 바로 농장으로 직행했다.
왜?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할 때의 나의 목적은 단순했다. '아무 생각 없이 대자연 속에 있는 농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집에 와서는 요리해 먹고 동네 산책이나 하는 단순한 생활을 해보고 싶다.'가 내 목적이었다. 당시, 사람에게 질려있던지라, 친구를 사귀고 싶은 욕구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욕구도 없었다. 시끄러운 게 싫었고, 그동안 살아보지 못한 자연에서 일하고 먹고 자는 단순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오기 전에 상상한 모습은 낯선 동네를 구경하고, 외국 마트에서 장을 보고, 여유시간이 나면 자연을 둘러보고, 혼자 요가수련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돈, 친구, 영어 세 가지 목표를 보통 가지고 가는데, 나는 그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았기에, 목표를 세우지도,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다. 그저 최소한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할지 정해야 했기에, '농장에 가자'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네이버에 '8~9월 호주 워킹홀리데이 농장 일자리'를 검색했고, 1분 만에 블루베리 시즌이 시작한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다시 검색창에 '호주 블루베리 농장'을 검색했고, 제일 윗줄에 뜨는 블로그에 들어가서 거기에 나온 지역에 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목적지와 할 일을 정하는 데에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해당 지역 숙소만 구글 맵으로 가장 싼 곳을 예약했고, 더 이상 찾아보지 않았다. 카페나 카카오톡 그룹채팅에 가입하면 분명 훨씬 더 많은 옵션과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더 나은 정보'가 아니라, '마음대로 살아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항공편 예약 - 왜 골드코스트로 갔나?
그렇게 나는 인천에서 골드코스트로 가는 항공편 중 가장 저렴한 '스쿠트 항공'에서 편도를 예약했다. 2022년 7월 31일 13:30에 인천에서 출발하여 싱가포르에 18:30분에 도착, 22:10에 출발하여 다음날 07:30에 골드코스트 공항에 도착했다. 위탁수화물 30kg (너무 많이 가져간 듯..) 포함된 총가격은 795,096원이었다. 나의 목적지는 '콥스하버' 근처의 작은 마을 '우릴까'였다. 그래서, 콥스하버에서 그나마 가까운 브리즈번 공항으로 가려고 했는데, 너무 가격이 비싸서 다른 방법을 찾다 보니 골드코스트로 가게 됐다. 결국 골드코스트로 가서 시외버스를 타고 콥스하버 근처의 작은 마을인 '울굴가'로 이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만약, 골드코스트가 목적지라면 예약해 둔 숙박업소에 픽업신청 가능한지 미리 문의해 보거나,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그 외의 지역으로 이동할 거라면, 차가 없으니 당연히 시외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당시, 처음에는 골드코스트에 도착해서 하루만 놀다 갈까 했는데, 당시 내가 너무 마음이 지친 상태여서 싶은 마음도 크게 들지 않았고, 돈도 없어서 그냥 바로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마을 '울굴가'로 직행했다. 골드코스트는 진짜 공항 구경만 한 셈.
+ 꼭 말하고 싶었던 것 : 골드코스트 공항 생각보다 엄청 작고, 유심카드 안 판다. 미리 한국에서 준비해 가야 함. 나는 여기서 유심카드 파는 줄 알고 여기서 사려고 했는데, 근처에 파는 가게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개고생 했다. 공항 내 와이파이로 지도 미리 다 검색해서 사진으로 저장해 놓고 찾아가느라 죽는 줄 알았음. 물론 나 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없을 수도 있지만 있을 수도 있으니까...
첫 목적지로 시골마을 'Woolgoolga(울굴가)' 로 간 이유?
첫 목적지가 '울굴가'라는 작은 마을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블루베리 농장이 있는 지역 '콥스하버'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근처에서 가장 숙박비가 저렴한 곳을 검색하다 보니 유일하게 '그나마' 저렴한 백패커스가 있어서 가게 됐다. (다른 이유는 전혀 없었다ㅋㅋㅋ). 호주에 오기 전에 구글맵에 '콥스하버'를 검색하고, 근처 숙박업소를 검색했는데 가장 저렴한 데다 근처에 은행이 있길래 바로 2일 예약해 놓았다. 대략적인 계획은 도착하자마자 한숨 자고, 그다음 날 은행계좌부터 개설하고 난 다음, 일자리와 픽업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아, 물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아무 대책도, 여유자금도 넉넉지 않게 갔는지 정말 용기가 가상할 따름이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나 보다.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적게 된 지금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ㅋㅋㅋ
골드코스트 공항에서 '울굴가'까지 이용한 버스 편 : 'Grey Hound Australia'
차가 없어서 이 부분이 걱정이었는데, 찾아보니 별거 없다. 'Grey hound Australia'라는 시외버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버스 예약해 놓고 당일날 정류장에서 기다리면 된다. 2022년 7월에 한국에서 미리 예약했고, '얼리버드'로 5만 원 정도에 캐리어까지 싣고 갈 수 있었다. 버스 편 예약이 완료되면, 이메일로 바코드와 예약번호가 있는 티켓을 받아볼 수 있다. 우릴까 뿐만 아니라, 차 사기 전까지 호주 내에서 지역 간 이동 시에 잘 이용했었다. 감사한 운수회사 ^^. 근데 보통 조금 늦게 오는 것 같다. 버스가 오면, 기사 아저씨께 저장해 놓은 티켓, 이름을 확인한 후 탑승하면 된다. 참고로, 캐리어가 있으면 버스 예약 시에 짐 추가 선택하는 옵션이 있으니 선택하면 된다. 2022년 8월 1일, 이 버스를 무려 1시간 넘게 기다리는 동안 골드코스트를 구경도 못하고 간다는 게 아쉬워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렇지만 돈이 없었지). 난 이 아쉬운 마음을,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6시간이나 타니까 창문밖으로 호주의 자연을 많이 구경할 수 있을 거야'라고 달랬었다ㅋㅋ 이제 돌아보니 참 귀여운 나.. 아무튼, 버스는 바깥에서는 안이 안 보이는데,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이고, 창문이 아주 커서 좋았다. 내가 마지막에 내리는 손님이라, 기사 아저씨가 호주 억양으로 말도 걸어주셨는데, 30퍼센트는 이해하지 못했다. 중간에 휴게소 한번 들렸다. 버스 탄 기억이 호주에 대한 첫 기억이라서 그런지,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링크 : https://www.greyhound.com.au
여기까지, 내가 왜 '울굴가'로 첫 목적지를 정했는지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의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오는 사람들이 없어서, 일일이 알아보고 찾아갔다.
그리고, '울굴가'에 도착해서 숙소 도착까지 인생일대의 이야기가 또 생겨버렸다.
그건 다음에... ★